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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보면 이런 질문을 깊게 하고 그걸 토론하면서 문제제기와 함께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과정이 저희들이 모이는 의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가 가이아라는 의식적 생명체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가이아에게 과연 어떤 존재일까? 이에 대한 가설을 뉴미디어 아트가 감각적 경험으로 제시할 수 있을까?"
'가이아'를 끌어들였다면 결국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지요.
제가 프로젝트 제목에 'Digital Gaia Project'라고 짓고 'Digital'이라는 단서를 단 것은 단순히 두리뭉실하게 넘어가자고 넣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미디어아티스트) 할 수 있는 일은 과학과 같은 진리 탐구를 하는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연구나 연구 결과물을 과학자들이 보았을때는 엉성하고
비논리적이고 비약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 결과물은 비논리적인 접근이지만 예술이 가지는 고유 기능으로서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구라는 생명체가 자가규제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제 기능으로 작동하기 전에 인간의 자연(지구) 파괴행위의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알리는 행위가
환경운동가의 활동과는 차이가 나는 방식으로 표현될 것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사실 지구의 자가 규제시스템이 원시시대나 고대나 중세와 같이 잘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파괴해왔던 자본주의의 산업화로 인한 급속한 발전은 지구의 진화보다는 파괴적인 노화로의 진행을 촉진시켰다고 할 수 있고 대도시가 더 가속화를 앞당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것을 안고 있는 대도시의 사람들로 부터 지구의 자가규제시스템이 제 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긍정의 전환이 있어야하지 하지 않을까요.
그것을 제시하는 방식은 미디어아티스트들인 우리의 방법론이 단순히 '계몽적'이어서는 안되겠죠.
미디어아트가 감각적이다라는 비판은 너무나 많이 들어온 비판입니다.
미디어아트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행위 중에 이준선생님과 같이 사운드 인터랙티브 아트를 하시는 분들이 퍼포먼스를 하면서 공연자의 아우라가 살아있고 더해질 수 있으며
디지털 음원으로 만들어냈지만 사운드가 인간을 움직이는 강한 임펙트 때문에 혹자는 미디어아트는 사운드퍼포먼스로만 지향하는가라는 질문도 얼마전에 받기도 했습니다.
제 작품에 빗자루로 나뭇잎을 쓰는 행위는 제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정화'하는 '의식적인 행위'가 작품의 완성입니다. 또한 지하루 선생님의 '인공생명예술'도 과학의 어떤 부분을
설명하는것을 도와주는 시뮬레이션에 그치지 않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것입니다.
제가 만드는 작업중에 '의식' 혹은 '제의적인 행위'보다 일상에서 나뭇잎을 쓸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정리해나가면서 트라우마가 아물고 치유될 수 있기도 하겠죠. 그러나 나는 평범한 일상을
사 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예술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일을 업으로 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이 지금 주어져 있는데 이러한 나의 방편을 적극으로 활용하고 진행해나가면서 또는 반복되는 일상적인 행위보다는 '제의'가 주는 긴장감과 경건함으로 사실 몇 년전보다 몇 달전보다는 트라우마와 화해하고 initiation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미디어아트보다 덜 감각적이고 수천년동안 살아남은 '회화'와 '조각'이 인간의 지성과 문화적인 산물임과 동시에 인간의 '몸'의 개입에 의해 인간의 생명과 기가 더 발현된 것은 사실입이다. 저는 35,6년전부터 그림을 했습니다만 어떤 특정한 작가의 회화작품에서 나의 온 정신과 마음을 흔들정도로 감동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잠결에 일어나 본 백남준의 1984년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강한 임팩트를 받았고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조각의 외형에 TV 모니터를 끼운 같은 패턴으로 양산된 비디오 스칼프처에 대실망을 하고 한동안 안티백남준으로 비디오아트 석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96년 호암아트갤러리에서 1960년에 이미 사운드 인터랙티브 아트를 했었던 그의 선각자적인 측면에 탐복했고 'TV 부처'의 고졸함에 경외했으며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을 통해 이태백이 사는 시대와는 다른 달을 보는 방식을 깨달았습니다.그의 천재적이고 방대하며 거대한 거작과 함께 그것을 뇌졸증으로 쓰러지고 나서도 죽을때까지 창조해냈던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강한 의지에 2006년 뉴욕에서 있었던 그의 장례식에 참석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백남준과 같은 거장에 비해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사실 일찍이 회의했습니다.적어도 저는 제 주제파악은 하거든요. 오히려 지극히 개인적인 맥락에서 작업하고 지속하는데 그리고 그것은 나의 아이들이나 학생들에게 교육하는데 나의 역할이 있을뿐이라는 생각을 마음 깊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앨런 케이가 "예술사에서 특정 장르의 가장 뛰어난 작품을 창조해 내는 예술가는 그 장르를 발명해 낸 세대가 아니라 그 장르와 함께 성장한 첫 세대에서 나온다."고 자위하면서....사실 일종의 루저같은 자위만 있는것은 아니고요 생체적일정도록 체화된 우리의 학생들과 같은 세대인 '디지털 네이티브'가 간과하는 한계와 비판의식을 우리는 갖고 있기에 그들과는 다른 측면에서 제시해줄 수 있는것이 분명 있을거라는 '사명감' 같은 것을 찾고 키워나가는 중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주역은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신인류라고도 할 수 있겠죠.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던 시기, 처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쥐어보며 활용법을 익혔던 세대,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우리와 같은 X세대(1965~76년 출생자)인 이민1세대를 일컫듯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라고 한다면, 우리들의 자녀들은 디지털이라는 신세계에서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뉴질랜드의 수도가 오클랜드인지, 웰링턴인지 알지 못해도, 10분만 컴퓨터 앞에 앉혀 놓으면 뉴질랜드의 수도부터 역사, 정책까지 핵심 정보들을 뽑아낼 수 있는’ 이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자신의 신체나 지각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키노믹스’ ‘프로슈머’ 등 뉴미디어 환경의 현상들을 분석하고 새로운 개념을 퍼뜨려 온 돈 탭스콧은 <디지털 네이티브-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을 출간하며 ‘디지털 네이티브’, 곧 ‘넷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고요. 넷세대는 1977년부터 97년 사이에 태어난 10~30대로, 컴퓨터와 인터넷 초고속광대역 통신망이라는 디지털 시대를 온전히 누리며 성인이 된 첫 번째 세대를 말한다고 합니다. 베이비붐세대(1946~64년 출생자), X세대(1965~76년 출생자)와 이들을 갈라놓는 차이는 바로 디지털 기술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프로젝트의 표제중 "디지털'이라고 명명한 것은 앞시대에 가이아 이론을 제시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가 이 프로젝트를 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은 것이 아주 오랬동안 깊게 고심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거의 선생님들께 전화와 메일을 했었던 그 시점과 거의 동일한 시간대일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가이아 이론'을 연구했다거나 체계적인 계획이 다 세워진 상태에서 선생님들께 제안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능력이 부족한 저와는 다르게 그리고 저의 가장 취약점인 기술적인 부분을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처럼 치고 나가는 능력과 의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저보다는 훨씬 체계적인 능력을 소유하고 계신 김현주 선생님을 통해 강화되었으며 백남준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지하루, 이준 선생님을 떠올리면 신기하게도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의 착각만은 아닐꺼라고 믿고 싶습니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컨셉도 그것을 수행하는 체계도 그것을 미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픽도 제가 엉성하게 포스트한 초안자료로는 부족하다는 것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매꿀 수 있는 절대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이 사실 촉박하네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촉박한 시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집중해서 우리의 생각들을 브레인스토밍하고 헛점들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으니까요. 사실 우리들은 이 프로젝트 아니어도 각자가 끊임없이 뭔가를 찾아서 할 것이고 끊임없이 일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제한된 시간이라도 주어지니 시간을 조금 쪼개서 각자 일하는 것을 조금 미루고 프로젝트를 위해 생각해 볼 시간을 마련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제가 구체적인 모든 게획을 머리 속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같이 이 일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선생님의 메일의 질문에는 답을 제대로 못하고 사족만 늘어놓았네요.
어제 저녁까지 서울스퀘어 미디어 파사드 담당자에게 메일 주기로 했었는데 오늘 아침도 지나버렸고....후! 고민입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한 번 지성을 발휘해보실까요! 이러한 과정도 도움이 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가 뻐를 세우고 살을 붙여 구현되었을때 우리가 성장하지 않겠어요!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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