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30, 2009

나의 현재는 너의 미래나 과거일 수 있으며 공통적인 현재란 없다.

1900년 봄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을 졸업한 아인슈타인은 조교의 신분으로 대학에 남기를 바랐었지만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긴 교수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한동안 어렵고 막막한 생활을 해야만 했다. 1902년 6월이 돼서야 친구 아버지의 주선으로 베른에 있는 스위스 특허국에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 이듬해 동창생인 밀레바와 결혼하였다. 1905년은 뉴턴에 의해 과학사에 빛나는 기적의 해인 1666년과 견줄만한 해이다. 무명인 특허국 직원이 세계 물리학계를 뒤흔들어 놓을 세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하나는 브라운 운동에 관한 이론으로서 분자의 존재와 분자의 열운동을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논문은 '광량자 가설'을 서술한 논문이며 마지막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특수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이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등가속운동에 대한 일반 상대성이론은 1915년에 완성되었는데 아인슈타인은 혜성같이 나타나 거대이론을 혼자의 힘으로 완성시킨 뉴턴 이후에 등장한 최고의 슈퍼스타임에 틀림없다.

뉴턴에 의해 떠받쳐지고 절대시간 절대공간의 세계를 무너뜨린 동시성의 상대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먼저 동시성의 개념부터. 물리학에서 서로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시각이 같은 것을 동시성이라고 한다. 1800년대 중반에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은 전기와 자기와 관련된 현상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끝에 맥스웰 방정식이라고 불리는 4개의 방정식을 유도하였다. 그는 그 방정식으로부터 빛은 전자기파이며 속도는 c(초속 30만km)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속도란 말인가? 당시 물리학자들은 빛을 매개하는 에테르하는 물질에 대한 빛의 상대 속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빛이 에테르에 대해 일정한 속도를 가진다면 지구의 운동과 같은 방향과 수직인 방향으로 잰 속도를 비교해보면 에테르 속에서 진행하는 지구의 속도를 알 수 있다. 이 실험은 1887년 마이컬슨(Albert Michelson, 1852~1931)과 몰리(Edward Morley, 1838~1923)에 의해 정밀하게 수행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빛의 속도는 관측자나 광원의 운동 상태와 상관없이 항상 c였다. 이에 대한 해석으로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하고 광속불변의 원리를 내세운 이론이 특수상대성이론이다. 이것은 빛을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과 같은 사고실험을 해 보자. 도곡역의 플랫폼의 양 끝에 두 개의 램프를 달아두자. 자신은 플랫폼의 중앙에 서 있도록 하고 친구를 지하철의 중앙에 앉도록 해두고 역무원에게는 지하철이 감속하지 않고 등속으로 플랫폼으로 들어올 때, 친구가 내가 서 있는 위치에 진입하면 두 램프에 불을 동시에 켜도록 부탁해 두자. 물론 이 사실은 친구도 알고 있다. 자 이제 실험을 시작한다. 매봉역 쪽에서 친구가 탄 지하철이 도곡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역무원은 귀찮지만, 탐구열에 불타는 나와 친구를 위해서 성실하게 도와준다. 약속대로 두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곧 친구로부터 핸드폰이 울린다. "왜 실험을 예정대로 안하는 거야? '동시에' 불을 켜기로 하고서는 진행 방향의 앞쪽 램프를 먼저 켜면 어떡해!" 나와 역무원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분명히 '동시에' 불이 들어왔는데..... . 자, 그럼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가?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둘다 옳다'이다. 이것이 바로 동시성의 상대성이다. 두 램프에 불을 동시에 켜는 사건도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관측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느 관측자의 관측결과도 우월성을 내세울 수 없이 평등하다.

이것은 도대체 시간에 관해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운동 상태가 다른 관측자는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현재는 너의 미래나 과거일 수 있으며 공통적인 현재란 없다는 소리다. 역사의 커튼 속으로 사라지는 절대시간의 뒷모습이 보이는가? 우리는 '거리=속도x시간'이라는 방정식과 약간의 수학을 동원하면 '시간 팽창'이라는 두 관측자 사이의 시간 관계식을 아래와 같이 얻을 수 있다.
열차의 속도보다 빛의 속도인 c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시간차는 느낄 수 없지만, 위의 식은 지하철과 같이 운동하고 있는 친구의 시간이 나의 시간보다 느리게 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매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상대론적인 증명인 셈이다.

시간은 진정으로 존재하는가 -의심되는 시간, 최종성 <시간과 공간을 조각하다> 보고사 에 수록된 논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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